이꽃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기억, 감정, 시간여행)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닙니다.
이 소설은 청소년 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기엔 성인 독자에게도 충분한 울림과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자아의 정체성을 고민하거나, 가족과 친구 관계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결이 세밀하게 녹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억, 감정선, 시간여행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작품을 나누어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는 독자가 작품의 테마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이 책을 통해 어떤 감정과 사유를 경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기억을 매개로 이어지는 서사
기억은 이 소설의 핵심 테마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은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세계의 인물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과거 기억과 마주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단순히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 외면했던 감정과 트라우마를 포함한 ‘감정적 기억’을 말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기억을 회복하거나 직면하는 장면이 곧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어릴 적 상처, 부모와의 갈등, 친구 관계에서의 오해 등을 기억해내면서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 과정은 독자에게도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문학이 독자에게 미치는 치유의 기능을 잘 보여줍니다.
기억은 이질적 세계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도 합니다. 평행세계라는 설정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만약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며, 다양한 자아의 가능성을 탐구하게 합니다. 이로써 독자는 단순한 스토리 전개 이상의 사유를 하게 됩니다.
또한 이 기억이라는 테마는 현실의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기억을 받아들이며, 그 기억 속에 있는 상처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자 치유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독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감정선의 깊이와 독자 공감력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설계한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외로움, 슬픔, 혼란,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은 단순히 표현에 그치지 않고, 독자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접속합니다. 이는 서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특히 주인공이 낯선 세계에서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소년/소녀를 만나면서 느끼는 당혹감, 경계심, 그리고 점차 피어나는 연민과 이해는 감정선의 전형적인 곡선을 잘 보여줍니다. 감정이 쌓이고, 그것이 행동으로 표출되며, 결국 관계가 변화하는 흐름은 이 소설이 단순히 설정 의존적인 작품이 아니라 ‘인물 중심’의 서사임을 증명합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독백, 꿈, 회상의 형식으로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그 감정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특히 10대뿐 아니라, 감정에 예민한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줍니다.
또한 감정은 캐릭터 간의 대사나 행동보다도, 장면의 분위기, 배경 묘사, 상징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감정을 직접 말로 표현하는 대신 ‘느끼게 만드는’ 문학적 장치로, 감정 서사의 깊이를 한층 더해 줍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감정의 진폭이 큰 독서 경험을 제공하며, 독자에게 자신만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심리적 여백’을 선사합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장치의 문학적 의미
이 작품의 표면적인 장르는 ‘시간여행’ 또는 ‘다중 우주’ 소재의 판타지로 분류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훨씬 더 철학적이고 정서적입니다. 시간여행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행위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마주보기 위한 장치로 사용됩니다.
주인공은 과거의 사건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건넙니다. 이 점이 흔한 SF물과 다른 지점입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주인공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문제점들을 되짚으며 내면의 변화를 겪습니다.
특히 평행세계 속 또 다른 ‘나’는 바로 내가 되지 못했던 혹은 놓쳤던 가능성의 자아로서, 독자에게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가정법적 상상력을 제공하며, 선택의 무게와 시간의 유한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이 소설에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기억과 상상이 교차되며, 이질적인 시간들이 동시에 공존합니다. 이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다룰 때 가장 적절한 서사 구조로, 문학이 시간과 감정의 교차점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작품에서 시간여행은 단순한 장르적 장치가 아니라, 감정 회복과 자아 치유라는 내면적 주제를 강화시키는 문학적 은유입니다.
결론 : 사람의 이야기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장르를 넘어,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깊이와 울림을 지닌 작품입니다. 기억이라는 사적인 기록, 감정이라는 공감의 언어, 시간여행이라는 상징적 구조는 이 작품을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철저히 인간 중심의 문학으로 끌어올립니다.
특히 감정선과 기억의 회복이라는 테마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그 상처의 기억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지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인생의 조각을 담은 문학적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섬세한 문체,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가득한 이 책은, 평소 문학을 멀게 느끼는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 번쯤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고, 마음속 깊은 곳을 치유받고 싶다면,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통해 그 여정을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