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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의 『페인트』 - 가족, 국가, 청소년 권리를 새롭게 묻다

비비비키 2025. 6. 11. 14:33

이희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 『페인트』는 국가가 부모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배경으로 가족의 의미, 청소년의 권리, 선택의 자유를 진지하게 묻습니다. 감동적인 서사와 독창적 설정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을 이야기해 봅시다. 

  

부모란 누구일까요? 피를 나눈 존재일까요, 아니면 사랑과 책임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일까요? 이희영 작가의 청소년 소설 『페인트』는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과감하게 던집니다. '페인트(PAINT: 부모 양육 적합성 심사국)'라는 가상의 국가기관을 통해, 청소년이 스스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가가 부모를 심사하고, 아이들이 후보 부모를 면접하며 양육자를 선택하는 이 독특한 설정은 기존의 가족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렬히 비틀어 줍니다. 『페인트』는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가정, 사랑, 권리, 국가 개입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글에서는 이 작품의 핵심 주제를 ‘청소년 권리의 재조명’, ‘부모 선택 시스템의 윤리성’, ‘국가와 가정의 관계’라는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청소년 권리의 재조명: 아이들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페인트』의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바로 **청소년 권리의 확장**입니다. 현실에서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청소년이 자신의 부모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가집니다. 작중 주인공인 '제이'는 국가 기관인 페인트에 보호되고 있으며, 면접을 통해 여러 후보 부모를 만납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이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자율적 선택권을 가진 주체**임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들에게 청소년의 입장을 새롭게 돌아보게 만듭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미성년자들은 교육, 진로, 심지어 가정폭력 등 중대한 문제에서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페인트』는 이를 비판하며, 청소년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권리가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아동 인권과 청소년 자율권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이 작품은 더욱 현실적인 울림을 줍니다.

또한, 제이의 면접 과정을 통해 독자는 청소년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배웁니다. 돈과 명성보다 **사랑과 이해, 존중**을 원하는 제이의 모습은 진정한 양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2. 부모 선택 시스템의 윤리성과 현실적 딜레마

『페인트』의 세계관에서 부모는 자격 심사를 거쳐 후보군에 올라가고, 아이들은 이들을 직접 면접합니다. 겉보기에 이 시스템은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이 시스템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윤리적 딜레마와 모순**을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우선, 부모 지원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좋은 부모가 될지를 어필하려 노력하지만, 이 과정이 오히려 인위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부모 지원자들의 '면접 준비'는 사랑이 아닌 **합격을 위한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관계의 본질인 진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국가가 부모 자격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절차 자체가 과연 윤리적인가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국가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인 가정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통제와 관리의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페인트』는 이런 문제를 단순히 이상적 시스템으로 찬양하지 않고, 시스템이 지닌 복잡성과 문제점 또한 균형 있게 제시합니다.

이처럼 부모 선택 시스템은 이상과 현실, 권리와 통제 사이에서 끊임없는 **긴장과 균형**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제임을 작품은 탁월하게 드러냅니다.

3. 국가와 가정의 경계: 통제냐 보호냐

『페인트』가 흥미로운 점은 **국가의 역할과 한계**를 탐구한다는 점입니다. 페인트 시스템은 아동 학대, 방임, 무책임한 양육 등 기존 가정의 문제점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국가가 부모 심사를 통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가정의 선택을 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도 남습니다. 가정은 본질적으로 사적인 사랑과 유대의 공간입니다. 이러한 유대를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고 개입할 경우, 사랑의 자발성과 자유 의지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페인트』는 국가와 개인의 경계가 어떻게 모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통제와 자유, 보호와 간섭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작품은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인간관계의 본질은 제도화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과 선택임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통찰은 현실 세계에서 국가 복지와 개인의 자유를 논의할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그 주제 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청소년 권리, 부모 선택, 국가 개입이라는 다층적 문제를 흥미로운 설정과 섬세한 심리 묘사로 풀어낸 이 작품은 가족의 의미를 근본부터 되짚어 보게 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아동 인권과 복지 제도가 발전하는 가운데, 『페인트』는 우리가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보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또한 부모란 단순히 생물학적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책임으로 완성되는 존재입니다. 『페인트』는 이 평범하지만 자주 잊혀진 진리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청소년 독자뿐 아니라 부모, 교사, 사회 전반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독서 후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하는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