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위안부 할머니, 고향의 그리움, 기억과 용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배우 차인표가 작가로서 진심을 다해 써 내려간 장편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끌려갔다가 70년 넘게 필리핀에서 ‘쑤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을 견뎌온 한 여성의 삶을 감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단지 과거의 아픔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 기억의 가치,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차인표 작가는 감정에만 호소하지 않고,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역사와 현실을 잇고,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습니다. 지금 이 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고향을 그리워한 삶, 기억과 용서의 메시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작품의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잊혀진 존재들의 증언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쑤니 할머니'**입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가 필리핀으로 보내졌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70년 넘게 낯선 땅에서 이름도, 언어도 바꾸어 살아야 했던 여성입니다.
작품은 그녀가 겪은 성노예 피해의 잔혹함, 귀향하지 못한 아픔, 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고국 땅을 밟지 못한 현실을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쑤니 할머니는 단지 과거의 피해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역사의 사각지대에서 묵묵히 생존해낸 ‘살아 있는 증언자’**입니다. 그녀의 존재는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진실’이 드러나는 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차인표 작가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왔지만, 이 작품에서는 작가로서 사회적 목소리를 문학으로 승화시키며 더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소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기억의 책임을 독자에게 요청합니다.
고향의 그리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이름
쑤니 할머니가 필리핀에서 살아온 세월은 ‘기억’과 ‘잊힘’ 사이의 고통스러운 경계였습니다. 그녀는 이름을 버리고, 한국어를 잊고, 가족을 떠난 채 필리핀 사람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이 고향이라는 테마를 국적이나 지리적 개념이 아닌, 정체성과 인간성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필리핀에서 새로운 가족과 공동체를 이루었지만, 그녀의 가슴에는 여전히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돌아갈 수 없었는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그녀가 하늘을 바라보며 “한국에서도 이 별을 보고 있을까?”라고 속삭이는 대목입니다. 이 장면은 이 소설의 제목처럼, 별이라는 은유를 통해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우리 모두의 운명을 상징합니다.
쑤니 할머니의 삶은 말합니다. 진정한 귀향은 땅을 밟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독자는 그녀의 고독과 그리움을 따라가며, ‘귀향’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 귀국이 아니라 존엄을 회복하는 길임을 깨닫게 됩니다.
기억과 용서, 우리가 나눠야 할 이야기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피해의 기록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소설의 핵심은 기억을 어떻게 품고, 용서와 화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쑤니 할머니는 분노에 갇힌 피해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오히려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며, 자신이 받은 고통을 증오로 확장하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평화와 존엄의 의미를 전하려 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작가는 이 점에서 단지 역사를 비판하거나 고발하지 않고, 기억의 윤리와 공감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삶은 정치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이며, 그것은 어떤 이념이나 국적보다 더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이슈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점점 외면하게 됩니다. 차인표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진실, 그리고 그 기억을 나누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행동임을 강조합니다.
쑤니 할머니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잊지 않고 있나요?” 그리고 “기억을 행동으로 옮길 준비가 되었나요?”
결론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단지 한 할머니의 인생을 기록한 책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외면당한 진실에 대한 헌사이며,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공유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차인표 작가는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이 소설을 통해 역사의 그림자에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쑤니 할머니는 실존 인물입니다. 그녀의 존재는 단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며, 그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용서’는 기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억 위에 쌓아올리는 희망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인간으로서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소설은 조용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별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떠올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가슴속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