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 《죽이고 싶은 아이1,2》 줄거리, 주제, 메시지, 구성 등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지만, 그 깊이와 메시지는 성인 독자에게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추리극을 넘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 두 여학생, 주연과 서은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우정과 집착, 진실과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을 끝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1. 줄거리 (스포주의)
주연과 서은은 중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다. 서은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반면, 주연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관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정은 점차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은의 우월감과 주연의 열등감이 얽혀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고, 결국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서은이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사건 당일 서은과 크게 싸웠던 주연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주연은 사건 당일의 기억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이야기는 열일곱 명의 인터뷰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진실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인터뷰는 사건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며 독자들의 판단을 끊임없이 흔든다.
사건의 진실은 충격적이다. 서은과 주연의 마지막 대화에서 서은은 주연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고, 이에 격분한 주연은 벽돌로 협박하다가 자리를 떠난다. 이후 벽돌이 우연히 떨어져 서은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는 의도된 살인이 아닌 사고였지만, 주연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이 결말은 독자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인간관계와 사회적 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2. 주제와 메시지
작가는 이 작품에서 진실과 믿음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믿는 게 더 중요하지"라는 문장은 작품의 핵심을 담고 있다. 진실이란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 사람들이 믿고 싶은 대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여론과 편견이 진실을 왜곡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또한, 청소년기의 복잡한 심리와 관계를 밀도 있게 묘사하며 우정과 집착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서은과 주연의 관계는 단순히 친구 사이로 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한쪽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상대방을 이용하려 할 때 관계는 균열을 일으키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특히 작가는 계층 간 격차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서은과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한 주연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적 긴장이 존재하며, 이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킨다.
작품 속에서는 잘못된 모성애와 어긋난 가족 관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부모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감, 그리고 그로 인해 왜곡된 인간관계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를 반영한다.
3. 독특한 구성
소설은 인터뷰와 독백 형식으로 진행되어 독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한다. 새로운 증언이 나올 때마다 독자의 판단이 흔들리며 긴장감이 유지된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진실을 추적하도록 만들며 몰입감을 높인다. 또한 여러 인물들의 시각이 교차하면서 사건에 대한 다층적인 이해를 가능케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증언에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이 섞여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4. 결말과 여운
결말에서는 반전이 있지만 충격보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사건 자체는 해결되지만, 독자는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와 사회적 구조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특히 주연과 서은의 관계가 보여주는 복잡성과 비극성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받고 상처를 준다. 이는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복잡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개인들이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5. 추천 이유
죽이고 싶은 아이는 빠르게 읽히면서도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특히 진실과 믿음, 우정과 집착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속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를 통해 우리는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얻는다. 또한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은 단순히 소설 속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다.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는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주변 세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