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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점 알바의 훈훈한 이야기인 이 소설은 현대를 살아가는 소시민과 소외받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에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는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21세기 소소한 행복은 사라진 채 자극적인 행복과 물질적인 욕망만 추구하는 지금,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2021년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우리를 위로해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동네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소설은 서울 용산구 골목의 작은 편의점에 노숙인 출신의 ‘독고’ 씨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편의점을 드나드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작가는 무겁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가치, 삶의 회복, 공동체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글에서는 『불편한 편의점』의 매력을 노숙인의 재발견, 일상 속 따뜻함, 공동체 회복의 희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노숙인을 향한 시선, 독고 씨의 존재감
『불편한 편의점』의 중심 인물인 ‘독고’ 씨는 이름부터 존재 자체가 강렬합니다. 그는 과거에 상처를 입고 거리에서 생활하던 노숙인이었지만, 한 할머니의 배려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흘러갑니다.
처음에는 편견 어린 시선 속에 놓였던 독고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하고 성실한 태도로 동네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갑니다. 그의 남다른 정리 능력, 손님을 기억하는 세심함, 말없는 배려는 ‘노숙인’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넘어서 한 ‘사람’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소설은 독고 씨를 통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고, 존재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독고 씨는 단순한 ‘알바생’이 아닌,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중심이자, 관계를 회복시키는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그의 과거가 서서히 밝혀질수록 독자는 인간의 복잡성과 내면의 상처,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김호연 작가는 독고라는 인물을 통해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인간의 회복력은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공간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온기
편의점은 도시의 가장 ‘무심한 공간’ 중 하나입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지만, 그 속엔 관계도, 대화도 사라진지 오래인 곳. 하지만 『불편한 편의점』은 그런 공간을 다시 관계가 살아 숨 쉬는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킵니다.
편의점을 드나드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연이 있습니다. 퇴근길 맥주 한 캔이 위로가 되는 직장인,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한 청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메모지에 남기는 노인.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지만, 그 누구도 하찮지 않은 존재들입니다.
이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작고 따뜻한 일들은 독자에게도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사람 간의 온기’**를 되새기게 합니다. 말 한마디, 눈길 한 번, 미소 하나가 삶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은 말없이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독고 씨가 사람들의 이름과 구매 패턴을 기억하고,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을 준비해두는 세심한 배려입니다. 이는 독자의 마음에도 감동을 남기며,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소비처가 아닌 ‘작은 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다시 만들어야 할 공동체의 의미
『불편한 편의점』은 단순히 사람 좋은 알바생이 있는 편의점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단절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공동체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겉으로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외롭고 연결되길 원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작은 편의점이 그들을 묶어주는 끈이 되어 줍니다. 이 편의점은 상처받은 이들이 잠시 머물고, 소외된 이들이 다시 삶을 시작하는 회복의 장소가 됩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거창한 조직이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 간의 마음과 태도, 배려가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소설은 보여줍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가 코로나19 이후 느끼는 정서—“연결되고 싶다, 이해받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갈망—에 정확히 응답합니다. 이 작품은 공동체란 결국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본질적인 진실을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결론
『불편한 편의점』은 많은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책입니다. 노숙인의 삶, 일상의 따뜻함, 공동체의 가치 등 하나하나의 주제는 모두 무겁지만, 김호연 작가는 유쾌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부담 없이 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시선을 바꿔준다는 점입니다. 길거리의 노숙인, 이름 모를 편의점 직원, 동네 주민들… 그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우리는 진짜로 그들을 본 적이 있었을까요?
『불편한 편의점』은 그 질문에 작지만 분명한 답을 줍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들도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삭막하다고 느껴진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세요.
작은 편의점에서 시작된 변화가, 당신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킬 것입니다.